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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던 나는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아버지가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빨리 와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나는 사정을 상사에게 말하고 조퇴한 후 총알 택시를 타고 집을 향해 달렸다.
급한 일이 있을 때 택시 안은 항상 야속하기 그지없다. 너무 느리고 길은 턱턱 막히고 말이다.
그렇지만 초조한 마음에도 교통법규를 어길 수 없으니 참고 또 참았다.
집에 다다랐을 때,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졌다.
우연이겠지... 아닐거야... 다시 일어설 수 있을텐데, 장난일거야...
집 문을 열고 아버지의 상태를 보았다. 침대에 누워서 힘없는 눈으로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말 뿐이며, 옆에서 어머니는 빨리 병원에 가야한다고 당황한 나머지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계셨다.
119를 불러 주변에서 제일 가까운 큰 병원에 가게 되었다.
나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안절부절 못하고 응급실에서 배회하면서 간호사에게 우리 아버지 상태 어떠냐고
하염없이 물었다. 근데 싸가지 없는 간호사의 말은 '가만히 계세요' 뿐이었고, 아직까지도 생각하면 짜증이난다.
의사가 왔다. 자기 병원에서는 현재 치료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그럼 당신은 뭐냐고 물었다.
자기는 당직의사라고 말했다. 아... 그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학병원이 있어서 사설 구급차를 불러 이동했다.
이 때, 처음 안 사실이지만 집에서 병원으로 이동할 때 구급차는 무료이지만, 병원 간 구급차 이용은 유료였다.
10만원이 녹아 사라졌다.
대학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응급실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척추협착을 의심하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척추 의사가 와서 아버지의 병세를 설명했다. 이후에 다른 신경과 의사가 와서 아버지 상태를 확인했는데, 척추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 뭔가 안 좋은 낌새가 느껴졌는데, 오진단으로 수술을 하다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 같았다.
나는 신경과 의사한테 사정했다. 아버지 상태를 제대로 봐달라고...
조금 후 신경과 교수가 와서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버지는 척추 쪽 신경이 죽어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았다.
골든 타임이 있었는데, 그건 놓쳤다고 했다.
아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 순간에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듣기로는 아버지가 먹던 혈전 용해제가 있었는데, 그걸 끊으면 안됐었다고 했다.
그 약을 동네 의원에서 복용하고 있었는데, 그 쪽 의사 판단하에 약을 중단했던 것이 문제였다.
의료 소송을 걸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났지만 너무 복잡하고 지금 순간에는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춰야 했다.
이렇게 피할 수도 없고, 끝없는 아버지와 나의 오랜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