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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증은 재발한다.

test1234124 2025. 4. 2. 19:40

대학병원에서 척수경색으로 진단을 받고 나서 과거 병력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졌다.

 

아버지는 근 10년 전에 뇌졸증 초기 증상으로 인해 응급실에 내원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말이 어눌해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분명히 아버지는 말을 조리있게 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듣기에는 꼬부랑 꼬부랑 말이었다.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그냥 놔두면 분명 큰일이 날 것 같아 얼른 응급실로 달려갔었다.

 

다행히 골든타임을 지켰기 때문에 뇌졸증 약이랑 고혈압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서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몸 속에서는 재발의 신호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싶다. 의사도 혈액 검사 수치등을 확인해서 뇌졸증 약을 더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아버지는 약을 끊었고, 그것이 독이 되었다.

 

뇌졸증은 혈관에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아 주변 신경을 망가뜨려 발생한다고 했다. 뇌가 나으면 다인줄 알았다. 혈전이 몸 속에 돌아다니며 하필 척추 쪽 혈관에 붙어 혈관을 막아버리다니... 걸음도 그렇게 잘 걸어다니던 아버지의 다리가 저렇게 되버리다니 속상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혈관이 막힌다고 신경이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혈관이 혈전이 들어차 부피가 커져서 주변 신경을 눌려 죽인걸까? 아니면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신경이 죽은걸까? 이건 물어보지 않아서 답을 찾을 수가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중요한 내용같지는 않다. 약을 잘 챙겨 먹으면 해결될 일 아닌가.

 

의사가 병력을 조사하고 나서 이제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여 병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병실은 신경외과 병동으로 아버지처럼 마비환자들도 있었고, 뇌졸증 초기 증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딜 가나 한 군데 불편해 보이는 사람들이 자리한 병실이었다. 아버지는 그렇게 환자가 되어 병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한참 건강하실 때는 병원하고는 담을 쌓고 사셨는데 어쩌다가...

 

처음에 병원 생활은 너무 답답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지내야 한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다. 나와 아버지는 내향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환경은 힘들어한다. 하지만 환자니까 묵묵히 참고 견뎠다. 때는 여름이라 창문 밑에 교실에서나 볼 법한 히터같이 생긴 에어컨이 있었는데, 열심히 가동 중이었다.

 

창가 자리에 배치가 되어 직빵으로 에어컨 바람을 쐬야 하다보니 추었다. 보호자가 추우면 환자도 추울거라고 생각해서 에어컨을 껐다. 병실은 금방 뜨거워지고 뒷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아버지는 추울거라고 생각해서 나는 에어컨을 키지 않았고, 양쪽 창가 중 한 곳에서만 에어컨이 나오자 뒷 사람들은 그런 나를 못 마땅해 했다.

 

병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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