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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은 작은 전쟁터다.

test1234124 2025. 4. 2. 20:06

병실 생활에서는 사소한 것이 싸움의 원인이 되기 일수였다. 

가령 에어컨 바람을 꺼버렸다는 이유로 말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갑자기 물건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남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에어컨은 내가 꺼버리자 나와 싸우는 사람도 있었고, 싸우지 않고 선풍기를 틀어 더위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도둑으로 몰린 적이 있었다. 어느날 병실에서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병원 생활에 지쳐 노곤노곤하게 잠을 자던 그 순간!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올리며 누가 나를 흔들어 깨웠는지 살펴봤다. 처음 보는 간병인이었다. 나는 왜 깨웠냐고 물었다.

 

'여기 이 성인용 기저귀가 자기 거랑 똑같은데 훔친거냐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속으로 피곤한데다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 조금 고민을 했다. 그래도 나오는 말은 뻔했다. '내 돈 주고 의료기상사에서 사온거에요' 라고 소리쳤다. 

그랬더니 간병사는 약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그제서야 입을 떼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기저귀를 잃어버렸는데, 자기거랑 똑같이 생겨서 오해를 했다'라고 말하면서 사과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나는 잠이 서서히 깨면서 갑자기 울분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한것도 아닌데 왜 도둑놈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머리에 화가 들어찬 나는 간병사의 병실로 찾아가 대뜸 소리지르며 사람 오해하지말라고 쏘아붙이고 내 병실로 돌아왔다.

 

살다 살다 도둑놈 취급받기는 처음이라 더욱 화가났던 것 같다. 팔자에도 없는 도둑놈으로 의심을 받다니 별 봉변을 다 당했네.

 

이런 일 말고도 여러가지 일이 생겼는데, 그 이유는 내가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이 많은 곳에 놓여 있으면 왠지 나를 누군가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둘러쌓인다. 그리고 괜히 남을 툭툭 건드려서 나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니 날 건들지마! 라는 시늉을 하기 시작한다. 겁먹은 개가 먼저 짓는다는 꼴은 딱 나를 보고 하는 소리다.

 

그래서 주변 환자 가족들과도 알게 모르게 다툼이 잦았다. 하지만 또 눈치는 많이 보는 강약약강이다 보니, 나는 만만하지 않다고 보여줘야 하지만 덩치큰 사람들에게는 약간 주춤주춤하는 모습도 보이기 일수였다. 자존심은 있는데 실속이 없는 그런 부류에 사람이었다.

 

전쟁터에서도 작은 쉼은 보장받을 수 있듯이 나에게도 나만의 안락한 시간들이 종종 주어지곤 했는데, 그것은 샤워시간이었다. 병원에는 샤워실 문에 씻는 사람과 시간을 표시하면 온전히 샤워실을 혼자 쓸 수 있었다. 그 공간에서 만큼은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는 성역에 둘러쌓여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넓은 공간을 혼자 차지하는 그 꿀맛같은 경험은 썩 나쁘지 않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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