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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생활은 재활치료 시간을 제외하면 병상에 누워있는것이 전부였다. 매 끼니 나오면 식사하고 화장실 갔다오고 그게 전부인 따분하고 따분한 생활이었다. 재활시간은 오전과 오후 2차례 진행되었다. 병실은 8층이고 재활치료실은 13층이어서 엘리베이터를 힘겹게 잡아타고 올라가서 받았다.
침대같은 기구에 누워서 자세를 잡으면 침대가 일어서서 사람이 마치 서있는 자세로 자리 잡아주는 것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이걸 하면서 하반신에 전기 패치를 붙여서 전기자극을 주기적으로 주는 재활치료를 했다. 전기자극은 지속적으로 충격을 가했는데, 자극을 받으면 그 부위가 일시적으로 움찔 움찔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신경이 되살아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모습이었는데, 자극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지는 근육이었다. 침대에 의해 일어선 아버지는 자기 스스로 일어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있다는 것이 마음에 드셨는지 얼굴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그 모습을 보는 나 역시도 마음이 약간 놓였다.
재활치료사의 보조를 받아 스스로 하는 재활 운동도 있었는데,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리를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그나마 신경이 조금 더 살아 있는 쪽은 오른쪽 다리였다. 조금씩은 움찔거렸다. 재활치료사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다리가 굳지 않도록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허벅다리를 잡고 앞 뒤로 왔다갔다 하는 스트레칭과 고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여 풀어주었다. 내가 보고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재활치료사들은 힘이 굉장히 쎘는데 아버지를 번쩍번쩍 들어올릴 수 있었다. 휠체어에서 운동매트로 갈아탈 때, 그들이 힘이 빛을 발했다. 아버지는 공중에 떠서 붕붕 날아다녔다.
재활치료사가 아버지에게 스스로 다리를 들어보세요라고 말하면 아버지가 안간힘을 다해 들어올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했다. 마음만으로는 내가 도와서 다리를 번쩍 들어올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심정적으로 할 수 있다면 모든 일은 어려움 따위 없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재활치료사가 친절해서 아버지가 말을 터놓고 치료를 전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낯을 많이 가리는 것을 고려했을 때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재활치료사는 말 역시도 많았는데, 아버지가 심심하지 않도록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면서 아버지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나한테도 잘했는데, 그의 전문지식을 들으면서 나역시 운동을 해본 입장에서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에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하지만 내 전문분야가 아니다 보니 잘난척하고 싶은 마음만 커지고 실상은 헛소리만 많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루 하루 재활 운동을 지속해서 받기 시작했고, 기분이 조금씩 나아질 무렵 불청객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