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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창 치료를 통해 우연인지 행운인지 아버지의 오른쪽 종아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척수경색 등급은 ASIA-A 등급이라고 해서 변화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생겨나니 기분이 좋아 아버지를 부여잡고 덩실 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재활치료도 이에 맞춰서 변경이 됐는데, 아버지의 오른쪽 종아리의 움직임을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확히 말하면 무릎을 움직이는 운동이 늘었다고 해야 했다. 무릎을 접었다 폈다 하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 사소한 행동이 아버지에게는 재활이라는 명목에 운동으로 다가왔다.

 

무릎의 움직임을 체크했을 때, 1 ~ 10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면 아버지는 3점 정도 수준에 경미한 수준으로 무릎의 감각이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릎 검사는 금속 망치같은 것을 이용해서 무릎을 두드려 반사 신경을 확인하는 것과 무릎을 직접 움직여보는 것이었다.

 

무릎의 반사운동은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이었는데, 눈 앞에서 그것을 실시하니 신기했다. 무릎의 뼈와 뼈가 만나는 부분을 두드리는 것으로 보였다. 아버지의 무릎 움직이는 검사는 의사가 와서 아버지에게 '종아리를 차보세요!'라고 하면 아버지가 있는 힘껏 무릎을 움직여서 종아리를 차 올리는 수준의 검사였다.

 

검사를 마친 의사는 그래도 이정도면 운이 좋네요. 라고 말해주었다. 척수경색의 회복단계는 발병 후 1개월 ~ 3개월 정도 빠르게 회복되고 이후 천천히 회복이 된다고 했는데, 3개월 쯤 될 때 호전 양상을 보인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나머지 신경들은 언제 돌아오는지 걱정이 되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약입니다.'라고 말하며 의사는 돌아갔고, 나도 얌전히 그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병실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축하해 주었다. 나는 기뻤고 그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같은 병실에 있던 길랑바레증후군 환자가 있었는데, 이 분은 전신 마비로 입원해 있던 환자였다. 그 역시 우리를 축하해 주었다.

 

길랑바레증후군 환자의 경우는 감기처럼 병에 걸릴 수 있다고 했는데, 감기처럼 왔다가 감기처럼 사라진다고 했다. 하지만 그 병의 증세는 심각했는데, 척추 신경을 마비시켜서 전신이 마비되는 아주 고약한 질병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3개월 ~ 6개월 정도 입원하고 있다가 퇴원을 하게 되었다.

 

걸어서 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도 희망을 놓지 않았고, 두 발로 걸어 나가자고 아버지와 다짐하게 되었다. 

 

그 분이 나가고 같은 병실에 다른 환자가 입원을 했는데, 그 환자도 하지 마비였다가 회복이 되어 걸어다니는데 정기점검차 입원을 했다고 했다. 그 사람에게도 용기를 얻어 아버지를 위해 열심히 기도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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